들어가며
코디스코리아 Finance를 담당하고 계신 권창훈 매니저님은 야구를 좋아합니다.
이번 글은 창훈님이 평소 좋아하는 야구 데이터 지표를 코디스코리아의 비즈니스에 대입해 본 기록입니다. 숫자의 시선으로 영업과 조직을 바라보면, 익숙한 문제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야구를 잘 모르셔도 괜찮습니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현장의 경험에 데이터를 더하면, 더 나은 선택이 가능해집니다.
영화 〈머니볼(Moneyball)〉에서 가장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데이터 야구를 도입하려는 빌리 빈 단장과, 수십 년간 현장 경험과 눈썰미를 믿어온 기존 스카우트 진영 간의 치열한 갈등입니다. 베테랑 스카우트들은 “야구는 통계로 알 수 없는 선수의 투지가 중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단장은 “우리의 예산으로는 데이터가 가리키는 숨겨진 가치를 찾아야만 이길 수 있다”고 맞섭니다.
현재 코디스코리아(Cordis Korea)는 심혈관 및 혈관 시술 시장에서 메이저 글로벌 의료기기 공룡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코디스만의 뛰어난 전략과 끈질긴 실행력을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회복하며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회복세를 더욱 가속화하고, 한정된 자원(예산, 인력)으로 매년 더 도전적인 AOP (연간사업계획)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진화가 필요합니다. 특히 지금은 셀루션(Selution)과 같은 혁신적인 DCB 신제품을 앞세워 판을 흔들어야 하는 시점입니다. 기존의 현장 경험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더한다면, 시장의 경쟁 구도를 바꾸는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머니볼의 오클랜드가 증명했듯, 이러한 변화는 취사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기존의 훌륭한 영업력에 데이터라는 강력한 무기를 장착하기 위한 위대한 '진화'입니다. 데이터 야구의 혁신을 이끈 세이버메트릭스의 주요 지표를 통해, 우리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관련성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용어 세이버메트릭스 (Sabermetrics) : 경기 기록을 통계적으로 분석해 선수의 진짜 가치를 측정하는 야구 방법론. 영화 〈머니볼〉의 배경이 된 개념.
1. WAR (Wins Above Replacement): 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도
지표 읽기
선수가 '일반적인 백업 선수' 대비 팀에 몇 승을 더 가져다주었는가를 나타냅니다. 기록의 절대값이 아니라, 그 자리를 다른 선수가 맡았을 경우와 비교한 차이를 봅니다.
비즈니스 관련성 — 기회비용과 포트폴리오의 진정한 부가가치
기회비용 관점에서 WAR의 핵심은 절대값이 아닌 '기준점 대비 잉여 가치'입니다. 한정된 영업 인력과 마케팅 예산을 기존 시장 방어에 쓸 때와 신규 파이프라인 개척에 투입했을 때, 어디서 더 높은 부가가치가 창출되는지 수치화해야 합니다.
눈에 보이는 매출 규모만이 아니라 실제 영업이익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함께 살펴보고, 그에 따라 자원을 배분해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만들 수 있습니다.
2. OPS (On base Plus Slugging): 출루율 + 장타율
지표 읽기
타율만으로는 알 수 없는 타자의 생산성을 보여줍니다. 얼마나 자주 살아 나가는지를 보는 '출루율'과, 한 번 칠 때 얼마나 크게 치는지를 보는 '장타율'을 합친 수치입니다.
비즈니스 관련성 — 베이스 비즈니스(안정성)와 신제품(성장성)의 조화
조직의 포트폴리오와 영업 전략은 출루율과 장타율의 조화가 필수적입니다. 기존 제품군으로 병원 내 코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기본 매출을 지키는 일은 꾸준히 기회를 만드는 ‘출루’에 해당합니다.
용어 병원 내 코드 : 병원이 특정 제품을 공식 사용 품목으로 등록해 두는 절차. 코드가 없으면 의료진이 원해도 그 병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셀루션(Selution)과 같은 고부가가치 신제품으로 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단가를 높이는 것은 '장타율'입니다. 영업 현장에서도 기존 거래선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출루’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는 ‘장타’가 함께 이루어질 때, 가장 완벽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3. wRC+ (Weighted Runs Created Plus): 조정 득점 창출력
지표 읽기
단순한 타격 지표를 넘어, 타자가 뛰는 '구장의 특성(Park Factor)'과 '리그 평균'을 모두 반영하여 타자의 진짜 득점 생산력을 100(평균) 기준으로 객관화한 지표입니다. 150이면 리그 평균보다 50% 더 뛰어난 타자라는 뜻입니다.
비즈니스 관련성 — 환경적 난이도(Park Factor)를 반영한 객관적 평가
야구장마다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과 그렇지 않은 구장이 있듯, 영업 역시 지역별·품목별 난이도가 다릅니다. '빅5' 등 대형 병원이 밀집해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과, 넓은 커버리지를 감당해야 하는 지방은 '구장 환경'이 다릅니다.
용어 빅5 : 국내 최상위권 대형 종합병원을 가리키는 업계 표현.
이미 시장이 형성된 기존 제품과 이제 막 병원 내 코드를 확보해야 하는 신제품은 '리그의 수준' 자체가 다릅니다.
단순한 절대 매출 달성률을 넘어, 해당 지역의 시장 잠재력, 경쟁 심화도, 자원 접근성을 모두 보정한 wRC+의 관점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때 비로소 진정으로 난이도 높은 환경에서 탁월한 성과를 낸 숨은 영웅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보상할 수 있습니다.

4. BABIP (Batting Average on Balls In Play): 인플레이 타구 타율
지표 읽기
타자가 친 공이 홈런과 삼진을 제외하고 그라운드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그것이 안타가 될 확률입니다. 좋은 타구를 만드는 능력도 작용하지만 운과 수비 위치의 영향도 크기 때문에, 이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시즌은 다음 해에 대개 평균으로 돌아옵니다.
비즈니스 관련성 — 시장의 '운'과 조직의 '실력' 분리
특정 제품군의 시장 점유율이 크게 오르거나 AOP (연간사업계획)를 초과 달성했을 때는 냉정하게 이것이 우리의 '실력'인지 '외부 환경(운)'인지 분리해야 합니다. 경쟁사의 일시적인 제품 수급 문제(Backorder)나 외부 정책 변화로 인해 반사이익을 얻은 것이라면, 이는 BABIP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것과 같습니다.
우리의 온전한 영업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실질적인 baseline을 알 수 있고, 이는 다음 연도 타겟을 적정하게 설정할 수 있는 출발점이 됩니다. 통제 불가능한 변수를 발라내고 객관적인 측정 기준을 세워야 합니다.
용어 Baseline: 성과를 판단하는 기준선. 외부 요인을 걷어낸 뒤 남는, 조직의 실질적인 실력 수준.
이 성과는 우리의 실력인가, 아니면 시장이 도와준 것인가.
이 질문을 던질 자리는 이미 마련되어 있습니다. 코디스코리아는 매년 전사 킥오프에서 각 부서가 지난해의 주요 성과와 새해의 실행 전략을 공유합니다. 이 자리에서 '얼마나 달성했는가'만큼 중요한 질문은 '무엇 때문에 달성했고, 다시 할 수 있는가'입니다.
잘 나온 숫자 앞에서 이 질문을 꺼내는 일은 불편합니다. 애써 만든 성과에 굳이 토를 다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코디스코리아는 함께 일하고 싶은 동료를 이야기하며 용기 있는 첫 제안과 문제의식을 실력의 중요한 일부로 존중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좋은 결과일수록 한 번 더 따져 묻는 사람이 필요하고, 그 질문이 조직 안에서 안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5. FIP (Fielding Independent Pitching):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
지표 읽기
투수의 성적 중 야수의 수비 도움이나 실책 등 통제 불가능한 요소를 제외하고, 투수가 100% 통제 가능한 결과(삼진, 볼넷, 피홈런)만으로 산출합니다.
비즈니스 관련성 — 통제 가능한 행동 지표(KPI)에 집중하라
의료기기 비즈니스는 외부 정책 변화, 본사의 공급망 이슈 등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거시적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조직의 평가와 피드백은 최종 매출뿐 아니라, 그 성과를 만들어 낸 과정과 행동까지 함께 살펴야 합니다.
우선순위 고객과의 유효한 접점, 타겟팅된 핵심 KOL과의 심층 면담, 신제품의 병원 내 도입 진척도 실무자가 '100% 통제 가능한 선행 지표'입니다.
용어 KOL (Key Opinion Leader) : 해당 진료 분야에서 학문적·임상적 영향력을 가진 핵심 의료진.
이것들을 얼마나 충실히 이행했는지를 중심에 두고 성과를 논의해야, 변동성 높은 시장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본원적 경쟁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맺음말
영화의 결말에서 기존 스카우트들의 풍부한 현장 경험과 단장의 데이터 분석이 시너지를 내면서 팀은 전례 없는 연승을 거둡니다. 지금 코디스코리아가 경험하는 변화의 바람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세이버메트릭스적 사고는 현장에서 감각 혹은 직관적으로 느끼는 시장의 흐름을 데이터로 증명해 내고, 그 감각이 가장 효율적인 곳에 쓰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도구입니다.
복잡한 시장 환경 속에서도 경험이라는 단단한 기반 위에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더한다면, 시장 점유율 회복에 속도를 내고 코디스코리아만의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