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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는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팀의 에너지를 몰입과 성과로 연결하는 리더십

리더는 가장 빠르게 달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들어가며

코디스코리아 QRA(Quality & Regulatory Affairs, 품질 및 허가 업무)팀 단인호 매니저님은 ‘달리기’를 통해 리더의 역할을 생각합니다.

처음 도전했던 10km 마라톤에서 주변의 속도에 휩쓸려 자신만의 페이스를 잃었던 경험은 우리가 조직에서 일하며 겪는 모습과도 닮아 있었습니다. 모두가 최선을 다해 달리고 있어도 방향과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다면, 팀의 소중한 에너지는 정작 중요한 곳에 집중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은 러닝에서 배운 ‘방향’과 ‘페이스’의 중요성을 리더십에 대입해 본 기록입니다.

리더는 반드시 팀에서 가장 빠르고, 모든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어야 할까요?

이 글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하나입니다.

리더의 역할은 혼자 가장 빠르게 달리는 것이 아니라, 팀이 같은 방향으로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달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빠르게 달리는게 답이 아닐 수 있습니다

처음으로 10km 마라톤에 도전했던 날이 기억납니다.

출발 신호가 울리자마자 저는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달리고 있었습니다. 옆 사람이 앞서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속도를 높였고, 주변의 열기에 휩쓸려 제 페이스를 잃었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4km 지점에 다다르자 숨이 턱까지 차올랐고, 남은 거리는 걷고 뛰기를 반복하며 힘겹게 결승선을 통과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다리에는 힘이 남아 있었습니다.

체력이 부족해서 지친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처음부터 제 페이스보다 무리하게 달렸고, 어깨와 팔에도 필요 이상의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정작 달리는 데 써야 할 에너지를 불필요한 곳에서 소모한 것입니다.

그날 깨달았습니다. 좋은 기록은 무조건 더 많은 힘을 쏟는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필요한 곳에 힘을 집중하고, 정해진 방향과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일을 할 때도 이와 닮은 상황을 자주 마주합니다.

우리는 늦게까지 일하며 최선을 다하지만, 때로는 기대한 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할때가 있습니다. 자세히 살펴보면 개인의 역량이나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우선순위가 명확하지 않거나 자주 바뀌고, 필요한 의사결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불필요한 일에 시간과 에너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구성원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해야 할 핵심 업무에 충분히 집중하기 어려워집니다. 모두가 열심히 달리고 있지만, 노력한 만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입니다.

어디를 향해 달리는지 분명하게 하는 일

러닝 대회의 출발선에는 특유의 긴장감과 흥분이 있습니다. 주변 분위기에 휩쓸리면 처음 계획했던 페이스보다 빠르게 뛰어나가기 쉽습니다.

조직도 마찬가지입니다.

팀 안에서 업무의 우선순위와 중요도에 대한 인식이 서로 다르면 구성원들은 여러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게 됩니다. 각자 맡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어도 에너지가 분산되고, 정작 가장 중요한 과제의 진척은 늦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리더는 ‘지금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를 분명하게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것은 단순히 해야 할 일을 고르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지금 집중해야 할 일과 잠시 미뤄도 되는 일을 구분하고, 때로는 ‘지금 하지 않을 일’을 결정하는 과정까지 포함합니다.

방향이 분명해지면 팀원들도 자신의 시간과 역량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불필요한 시행착오는 줄어들고, 각자의 노력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모이기 시작합니다.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

러닝에서는 자신의 역량과 목표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지나치게 빠르게 달리면 끝까지 유지하기 어렵고, 반대로 너무 여유 있게만 달리면 목표한 기록에 도달하기 어렵습니다.

조직에서의 몰입도 이와 비슷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몰입은 단순히 끊임없이 바쁘게 일하는 상태가 아닙니다.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 지금 가장 중요한 일에 깊이 집중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따라서 리더가 살펴봐야 하는 것은 팀원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일하고 있는지만이 아닙니다. 업무 과정에서 어디에 불필요한 시간과 에너지가 사용되고 있는지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제입니다.

  • 부서 간에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업무 영역

  • 모호한 역할과 책임

  • 지속적으로 미뤄지는 의사결정

  •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동일한 요청

이러한 요인들은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구성원들이 당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업무의 구조가 달라지지 않으면 비슷한 문제는 다시 나타납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거나 팀의 업무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준다면, 리더가 그 원인을 함께 살펴보고 구성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개선할 필요가 있습니다.

리더의 지원 역시 단순한 격려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러닝에서는 필요한 시점에 물과 에너지를 보충해야 끝까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업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판단에 필요한 정보,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자원, 적시에 이루어지는 의사결정과 다른 부서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팀원에게 “힘내자”고 말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구성원들이 자신의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져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모든 답을 리더가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가 항상 팀의 맨 앞에서 달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QRA처럼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팀원들이 저보다 훨씬 더 깊이 알고 있는 영역이 많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더가 모든 답을 직접 제시하려고 하면 오히려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구성원들이 가진 전문성도 충분히 활용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어떤 순간에는 리더가 앞에서 방향을 제시해야 합니다. 어떤 때에는 옆에서 함께 문제를 고민해야 하며,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서서 팀의 상태와 필요한 지원을 살펴야 합니다.

리더가 모든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팀원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더 나은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각자가 가진 전문성을 충분히 발휘하면서도 같은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갈 수 있도록 만드는 것.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몰입을 실행과 성과로 연결하는 리더십

러닝에서는 아무리 좋은 운동화와 체계적인 훈련 계획이 있어도 실제로 결승선을 통과해야 기록으로 남습니다.

일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아이디어와 충분한 자원이 있다는 것만으로 성과가 만들어지지는 않습니다. 의사결정이 실행으로 이어지고, 그 실행이 구체적인 결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리더의 역할은 팀원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불필요한 문제와 혼선을 줄여 팀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각자가 가진 전문성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팀이 어디로 향해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하고, 우선순위를 공유하며, 필요한 결정이 지나치게 늦어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실행이 시작된 이후에는 진행 과정에서 어떤 지원이 필요한지 살피고, 그 노력이 실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함께 책임져야 합니다.

몰입은 구성원 개인의 의지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자신의 역할과 목표가 분명하고, 일에 필요한 조건이 갖춰질 때 팀의 에너지는 비로소 실행과 성과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맺으며

10km를 완주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은 출발선에서 누구보다 빠르게 뛰어나가는 힘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이해하고, 목표에 맞는 페이스를 유지하며, 결승선까지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는 일이었습니다.

조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리더가 모든 일을 가장 잘하거나 가장 빠르게 해낼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팀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분명하게 하고, 구성원들이 불필요한 문제에 에너지를 빼앗기지 않고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필요한 순간에는 방향을 제시하고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또 다른 순간에는 구성원의 전문성을 믿고, 필요한 자원과 협업을 연결해야 합니다.

가장 앞에서 혼자 빠르게 달리는 리더가 아니라, 팀이 같은 방향으로 각자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리더.

이것이 제가 경험을 통해 발견하고, 앞으로도 실천하고자 하는 리더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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