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책 한 권의 핵심을 단 몇 분 안에 정리해주는 시대입니다.
어떤 책인지, 왜 읽어야 하는지, 핵심 메시지는 무엇인지. 예전에는 서가 앞에서 한참을 고민하며 찾아야 했던 정보들이 이제는 딸깍 한 번으로 매끄럽게 요약됩니다. 책을 고르는 시간조차 효율의 영역으로 들어온 셈입니다.
그런데 코디스코리아는 조금 다른 길을 갑니다.
올해도 사무실 책장 한켠을 직원들이 읽고 싶은 책들로 채우고, 분기마다 ‘밀리의 서재’ 이용권을 제공합니다. 누구도 강요하지 않았지만, 구성원들은 스스로 책을 고르고 읽습니다.
우리는 왜 이 ‘비효율적인’ 과정에 진심인 걸까요?
요약이 결코 닿을 수 없는 곳: ‘나의 반응’
책을 읽는 데에는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누군가는 첫 페이지에 발이 묶여 한참을 머물고, 누군가는 세 챕터를 단숨에 넘깁니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멈춰 서서 밑줄을 긋고, 어떤 대목에서는 잠시 책을 덮고 창밖을 보게 됩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며칠 동안 머릿속을 맴도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도 이상하게 아무것도 남지 않는 책도 있습니다.
이 모든 반응은 오직 ‘나’만의 것입니다.
AI가 정보를 요약할 수는 있어도, 그 글자를 읽으며 내 안에서 일어나는 파동까지 대신 느껴줄 수는 없습니다. 독서는 정보를 습득하는 행위를 넘어, 나만의 언어와 반응을 확인하는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독서가 글쓰기로, 글쓰기가 한 권의 책으로
코디스코리아의 독서 문화는 그렇게 조용히, 하지만 단단하게 자라왔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생각을 나누었고, 그 나눔이 쌓이자 하나의 질문이 생겼습니다.
“읽는 것을 넘어, 이제 우리의 목소리를 직접 써보면 어떨까?”
지난해, 7명의 직원이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을 기꺼이 글쓰기에 쏟았습니다. 5개월 동안 회의실은 작은 ‘글쓰기 클럽’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배운 것은 유려한 문장 기술만이 아니었습니다. 내 안의 이야기를 내 언어로 꺼내어 놓는 힘이었습니다.
그 결실로 『작은 순간의 온기를 올리다』가 탄생했습니다. 사내 게시판에 올라가는 공지사항이 아닌, 국립중앙도서관에 정식 등록된 출판물이었습니다.
그날, 7명의 동료는 공식적인 ‘작가’가 되었습니다.

올해의 약속: 다시 읽고, 쓰고, 연결되다
올해 코디스코리아는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단순히 책을 읽는 데 그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리뷰’를 기록합니다. 이 리뷰는 책의 줄거리를 요약하는 숙제가 아닙니다.
“나는 어느 문장에서 숨을 멈췄는가?”
“수많은 책 중 왜 이 책을 골랐는가?”
“이 책은 나에게 어떤 질문을 던졌는가?”
개인의 반응을 개인의 언어로 남기는 일입니다.
그 기록들이 모이면, 올 연말 코디스코리아의 두 번째 책이 될 예정입니다. 지난해 7명이 시작했던 이 여정에, 올해는 더 많은 구성원이 작가로 참여할 예정입니다.
좋은 답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 문화
AI는 정해진 데이터 안에서 가장 좋은 ‘답’을 빠르게 찾아줍니다.
하지만 나만의 ‘좋은 질문’은 여전히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론에 빠르게 도착하는 경주가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자신의 생각을 만나는 과정입니다.
코디스코리아가 책장을 채우고, 리뷰를 모으고, 함께 책을 만드는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스스로 읽고, 깊게 생각하고, 기꺼이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곳.
그곳에서 만들어지는 단단한 문화가 우리를 더 가치 있게 만든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코디스코리아의 ‘경험 디자인’은 계속됩니다.
